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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 로그 백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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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_-_-_-_ 2020. 4. 24. 00:57

 

 

"나는 그러길 바랐지만... 뜻대로 잘 되질 않네."

 

 

 그렇게 혼자서라도 완벽하게 머물고 싶었다고. 굳이 당신에게 할 말은 아니었기에 나는 뒷말은 삼키고 말았다. 삼키는 것이 나았다. 뱉었던 말 그대로 나는 그 뜻대로 되지 않았으니까. 나는 완벽하게 변하지 않겠다는 목표에서 이미 멀리 떠나버린 지 오래다. 자신이 틀렸다고 단 한 번도 생각한 적 없던 내게, 이 상황이 잔인할 정도로 내게 말해주고 있다. 그렇다면 나도 당신의 말처럼 변해야만 하는 걸까. 

 

 

" ...역시 변해야만 하는 거겠지. "

그렇다면 어떻게.

 

 넥타이가 묶여지는 것을 가만 바라본다.

이전에 누군가 내게 넥타이를 지적하거나 제대로 고쳐주려고 했다면 나는 항상 그 반대로 넥타이를 빼 버리거나 웃으며 무시하곤 했다. 그가 살아있었을 때도 그러했지. 내 자유로움을 표현하기 위함이었다는 거창한 이유도 있고, 그냥 귀찮고 모양새가 썩 나쁘지 않다는 하찮은 이유도 있었다. 지금 당신이 내 넥타이를 묶어주는 것을 가만 보고있으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흘러나온다. ... 이 웃음의 의미는 당신도 알 것이다.

 

 

"교수님도 우릴 고치지 못했는데 말이야."

 

 

목소리에 힘이 없다. 당신도 나도 지칠 대로 지쳤다.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잃었다. 혹시 그때를 기억하는가, 서로 반장이 된 배지를 달고 마주했을 때를. 당신과 나머지 둘은 어떠했을지 상상조차 가지 않지만, 먼저 나는 그러했다. 재미있는 동료를 만나게 되어, 이 일을 하면서도 힘들어도 웃음은 잃지 않겠구나. 라는 실없는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젠 이 기대마저 잃었다. 나는 더 이상 그때를 떠올리며 웃지 못할 것이다. 

 

 

" 그래, 네가 결국 운다면... 나도 너를 위해 같이 울어줄게. "

 

 

그때가 지금은 아닐까, 이게 끝은 아닐까. 더 무언가를 잃어야 할까. 우리는 불안하다. 울어본 기억이 거의 없는 나도, 어쩌면 당신의 옆이라면 울 수도 있지 않을까. 이제 와서 약속들은 내 앞길에 유리 파편을 뿌리는 일이라 생각했지만. 이 약속은 안 할 수가 없었다. 다정이 무섭고 잔인하게 느껴졌지만 결국 나는 지고 만다. 잃어버리면 아프게 될 줄 알면서도. 지금은 이것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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