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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 로그 백업

Day 4

_-_-_-_-_ 2020. 4. 21. 12:01

 

 

 나흘,
겨우 나흘이었다. 일주일은 지난 기분이었고, 그 일주일 동안 제대로 자지도 먹지도 못한 것 같은데.. 시간은 아직 나흘이다. 나는 알 수 있었다. 이제 반밖에 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직 반밖에 오지 않았는데 나는 지금 어디까지 내려 쳐진 것일까. 가만히 창밖을 바라보고 있자면 만사에 원망이 서렸다. 왜 내가 여기서 버티고 있어야 하는지. 왜 내가 이 감정까지 책임져야 하는지. 왜 내가 이 무력감을 감당해야 하는지. 왜? 왜, 왜.

 

 이 뒤에는 분명 벽인데 왜 절벽 위에 놓인 기분일까.
혼란 속에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없었다. 침묵을 지킨 채 모래가 흘러내려 가는 것을 바라보고 있을 뿐. 내가 이 상황을 이해하는 것도 허락이 될까. 이해가 시작되면 내 주장이 나오기 마련이다. 더 무력할 것이다. 옆에 한 발자국 비켜서서 이 혼란을 지켜본다. ...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게임에서 누가 이기게 되더라도 우리는 슬플 수밖에 없다고. 이미 둘이나 잃었던 우리에게, 더 이상의 죽음이 찾아오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과연 진심으로 기뻐할 수 있을까.

 

이렇게 계속 잃을 거라면 조금 더 거리를 둘 걸 그랬어.
이미 사라진 이들을 향한 혼잣말이 점점 많아진다. 이젠 들리지도 않을, 전해지지도 않을 말을 중얼거리듯이 입에 담는다. 아무에게도 닿지 않을 말이기에 오늘도 비어있는 빈자리를 보며 그저 숨만 쉰다. 숨 쉬는 것이 아프다. 왜 이렇게 아픈지. 이렇게 아플 때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어디서 어떻게 배웠더라. ... 기억은 존재하나, 행동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스스로 실망한다. 나는 이렇게 보잘것없었나.

 

 이젠 조용히 잠들 수 있겠지, 캐넌 뮤리에타 굴딩.

나는 아직도 네가 마지막에 내뱉은 말이 되새겨봐. 그 '따위'라는 말에 나는 모든 것을 깨달았지. 내 일방적 행동에는 아무 의미가 없었다는 것을. 나는 또 내 방식대로 그것을 정이라고 믿었구나. 끝없이 너를 잡았던 것, 내가 의도한 바는 이제 부질없어졌으니 묻어두지. 이제 와서 네게 미안하다는 말이라던가 보고 싶거나 그립다는 말을 하는 것도 같이. 그저... 이 한마디만 바라볼게. 네가 싫어하던 모든 것에서 벗어나, 원하던 안식을 얻었길 바라.

 

 너는 그 모든 약속을 삼키고 영원히 눈을 감았구나, 다니엘 에이드리안.

너의 죽음을 생각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어. 이 게임이 시작된 순간부터 나는 계속 너를 붙잡아두고 싶었어. 너도 잠들지 않길 바랐어. 네가 그래도 있다면 나는 변하지 않을 자신 있었어. 버팀목이 되어주겠다는 것은 사실 너를 버팀목으로 쓰고 싶었기에, 내게 기대기 위한 내 의도였어. 나는 네가 너무 바라는 것이 많았어. 네가 나를 찾길 바랐어. 우리 언제나 같은 장소에서 잠들더라도 다리가 후들거릴 때 가장 먼저 편히 찾아가고 싶은 안식처가 되어주길 바랐어. 내 진심을 알고도 웃어주길 바랐어. 내가 언젠가 그곳에 가둬질 때, 네가 약속했던 대로 내 정원에 찾아와주길 바랐지. 이 수많은 바람에 너는 짓눌려버렸나. ... 이제 남아버린 약속을 나 혼자 정리해야만 하는구나. 이제 새벽에 네 이름을 불러도 대답이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니 나는...

 

 

후회한다면 너는 내게 실망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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