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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 로그 백업

Day 1

_-_-_-_-_ 2020. 4. 18. 03:57

 

 

 

 하루,

늑대 울음소리가 들려왔을 때부터 그 소문이 그저 떠도는 다른 이야기들과는 다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것이 거짓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이 곧 씨가 된다고 했던가. 갑자기 이곳은 변했고, 우리는 갇혔다. 마치 그곳에 가기 전, 예행연습이라도 하듯이. 처음엔 당황스럽고 불쾌하기까지 하였으나 내 정신은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또렷해진다. 당장 위협이 되는 것은 없었고 그 위협이 닥치더라도 어차피 죽을뻔한 것도 처음도 아니지 않은가.

 

 다시 눈을 감고 잠에 들었다 깨어나도 상황은 여전했다.

여전히 밖으로는 나갈 수 없었고, 여전히 교내에는 우리들뿐이었다. 우리들만 있었다. 내 머리 위는 비어있었으나, 고요하고 무거운 공기가 머리끝부터 나를 짓누른다. ...언제는 또 안 그랬던가? 새삼스럽게. 연회장 벽에 등을 기대고 가만 생각해보니, 여기는 내 본가와 닮았다. 나를 사랑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있지만 숨 막힐 듯 어깨가 무거운 곳. 그 무게로부터 도망치면 안 되는 곳. 결국엔 도망갈 수 없는곳. 이렇게 가만히 있으면 불쾌한 잡념의 늪에 빠질 것 같았다. 그래서 뭐라도 해야 했다. 발을 움직였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이 최선이겠지만, 무언가는 반드시 일어나는 법이지.

발길이 향한 곳은 기숙사, 나의 사랑하는 기숙사. 나의 방에서 차분히 양피지와 펜을 꺼낸다. 이것은 편지를 쓰려는 것도, 일기를 쓰려는 것도 아니다. 이곳의 기록 같은 건 더더욱 아니다. 이것은 혼자 치르는 하나의 의식이다. 나를 위해 내 목에 새겨진 문신처럼 나는 내 이름을 양피지에 새긴다. 어쩌면 이것은 시작일 지도 모르니 그 어떤 일이 일어나도 나는, 내 이름은 그 어느 순간에도 변하지 않을 것을 맹세하며. 그 누군가는 신이나 그외의 무언가에게 소원을 빌었을 것이나, 나는 애초에 신을 믿지 않으므로 나는 나 스스로에게 빌어본다. 그 어떤 일이 벌어져도 변하지 않기를. 요동치지 않기를.

 

 이제 무슨 일이 일어나도 나는 그대로 흘려보낼 자신이 있다.

다시 기숙사에서 나설 때는 이 모든 것이 별것 아니라는 마음으로. 얼마 안 가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갈 것이라고 확신하며 문을 닫는다. 불안을 들키고 싶지 않은 마음은 내 본능이기에 그 누구도 알지 못하도록 태연하게 웃어 보일 것이다. 불안에 잠 못 들던 것을 그저 잠이 안 오는 것으로, 선물을 그저 모아두는 것을 그저 신중함으로, 그 출처를 묻는 것을 의심이 아닌 순수한 궁금증으로 포장하고 나면 아무도 알지 못하는 것이 가끔 우습기도 하면서 당연하게 생각한다. 타인의 본심은 드러내지 않으면 모르는 법이니까.

 

 

 

이젠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오만한 기대를 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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