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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본문
*제가 글 재활 중이라 글흐름이 많이 부자연스러울 수 있습니다~ 답은 편하게 멘션답으로 주세요! ' `)99
" 정말 세상이 이상해진 건 맞는 거죠. 원래였으면 제가 그런 말을 들을 일도 없었겠죠. 그게, 이 절망적인 상황에서 그나마 기쁜 일이라고 생각해요...감사하다는 뜻이에요. "
생각해보면 그렇다.
이런 재앙이 퍼지지 않았다면, 우리는 지금과 많이 달랐을 것이다. 우선 나는 계속 모델로 활동하고, 가족들과 헤어지는 일이 없었을 것이고 이렇게 떠돌아다닐 일도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한때 나의 팬이었던 너와는 다시 만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네 말대로 너와 만나는 것은 다행이고 그나마 기쁜 일이 맞지만..
" 그거야 혹시 모르는 일이지? 내가 말했잖아. 우리는 보통 인연이 아닌 것 같다고. 굳이 이런 일이 아니었어도 만났을지도 모르지.. 혹시라도 내 동생이랑... 아, 아니. 아니다.. "
언제나 동생 생각이 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외모가 닮은 것은 아니지만 조곤조곤 내 말을 들어주고 오히려 나를 위로해주는 그 모습이 닮아서 버릇처럼 튀어나는 말에 잠시 입을 다문다. 혹시라도 네가 단지 내 동생과 비슷한 또래라 내가 소중히 여기는 것이라고 생각할까 봐 조심스럽다. 오해를 만들기 싫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복잡한 생각에 저절로 미간이 작게 찌푸려지다가, 이곳에서 내내 표정이 없던 네 얼굴에서 작은 웃음이 터져 나오는 것을 보고서야 복잡했던 생각에 가라앉는다. 네가 웃었으니 다행이다.
" ...그런 관계가 삶의 원동력 같은 건가요. 그래도..그 관계가 깨져버리면, 그만큼 더 힘든 거 아닌가요? 그런 위험을 감수해서라도 만들고 싶은 건가요 "
너는 혹시 관계가 깨질까 봐, 사람을 잃을까 봐 두려워서 그런 걸까.
그렇게 말하는 당신의 눈을 가만 바라본다. 맞다, 맞는 말들이다. 잃어버리게 된다면 내가 주었던 정보다 더 지독하게 아픈 관계들이다.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언젠가는 네게도 그런 사람이 생길 것이라고. 그런 관계가 멋대로 생겨버릴 거라고 말해주고 싶지만 네게 잘 표현할 방법을 나는 모르겠다. 혹시라도 네가 지레 겁먹고 그 관계들을 처음부터 부정해버릴까 봐. 그래서 그저 조용히 고개만 끄덕였다.
" 사람을..좋아하시나봐요. 아니, 외로움을 많이 타신다는 쪽이 맞나. 전 모르겠어요. 옆에 있어주는 것과 목숨을 뺀 모든 걸 준다는 것의 가치가 같을 수 없다고 생각하니까요. "
"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지! ...천천히 생각해봐. 에스미. 지금은 몰라도 언젠가는 알게 될 거야."
그건 단언할 수 있었다.
사람을 좋아하지 않으려고, 외로움을 어떻게든 덮어보려고 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더 사람이 좋아지고, 더 외로움이 짙어졌다. 그래서 나는 일찍이 저항을 포기하고 사람을 좋아하고, 옆에 누군가 존재해준다는 것을 귀중하게 여기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 그러면 제가 계속 같이 있어드리겠다고 하면 절 위해서도 목숨 빼고 웬만한 건 다 해줄 수 있다고 하실 건가요. "
" 당연하지. 내가 할 수 있는 모든건 해줄게. 이건 진심이야. "
목숨이라도 줄 수 있어. ...이렇게 말할 수 있다면 더 좋았을까. 이미 지킬 사람 없는 약속을 잠시 떠올리다가 그냥 웃어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