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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의 초상 - 이즌헬

_-_-_-_-_ 2019. 3. 16. 11:41
  • 키퍼링 : 에프님
  • 세션카드 : 에프님
  • Kpc : 미하엘 A. 라디슬라프 | Pc : 호라이즌 H. 베리

  • 그럼에도 나는
    피치 못하게 너를
    ㅡ하므로.
    A의 초상
    비극은
    호라이즌의 눈 앞에서 일어났습니다.
    대항할 수 없는 거대한 공포¿가 밀려와
    몸을 꼼짝할 수 없는 와중에
    애석하게도,
    또는 우습게도
    펼쳐진 광경이 똑똑히 시야에 새겨집니다.
    이 하염없이
    가라앉고 있는 것 같은 느낌 속에서도
    눈을 돌려 외면하고 싶지만
    외면할 수가 없습니다.
    주위는 별 하나 뜨지 않은 새까만 어둠.
    흐릿하게 떠 있는 달빛은
    A를 똑똑히 비춥니다.
    와중에 더없이 어울리는 광경입니다.
    호라이즌을 지키듯이 서 있던 A의 몸이 무너져 내리고
    결국....
    끔찍한 것이 호라이즌에게 다가오기 시작합니다.
    마치 가라앉고 있는 듯한 숨막힐 듯한 느낌에
    다리가 떨어지지 않습니다.
    달빛이 이번에는 그 끔찍한 괴물을 비춥니다.
    눈을 피할 수가
    없습니다.
    ────.
    그러고 보니,
    그 사람은 어디 있었죠?
    그 사람 말입니다.
    미하엘.
    고개를 들어 바라보면,
    쓰러진 A의 앞에
    피투성이의 미하엘이 서 있었습니다.
    이 상황은...
    그래요, 이 상황은 분명
    미하엘이 A를 죽인 것이 틀림 없습니다.
    괴물이 미하엘이던가,
    미하엘이 괴물이던가,
    아무래도 상관없습니다.
    공포¿로 가득했던 머릿속에 다른 것이 떠오릅니다.
    그것은
    분명한 살의입니다.
    평소에 알고 있던 미하엘이 그럴 사람이 아니었기에 더더욱 배신감이 느껴집니다.
    아니 예상했던 일일까요.
    네가
    결국
    결국엔 ㅡ .....
    ...열이 오른 탓일까요.
    호라이즌의 시야가 흐려집니다.
    괴물을, A를 죽인 그를 앞에 두고,
    그렇다면 이렇게 죽는 걸까요.
    이대로 죽을 수는 없습니다.
    A가,
    A가....
    호라이즌은
    정신을 잃으며 맹세합니다.
    만약 자신이 살아남는다면
    기필코
    자신의 손으로
    미하엘을 죽이겠다고.
    ...
    ...
    .
    오늘은 드디어 퇴원하는 날로
    퇴원 수속을 마친 호라이즌은 혼자입니다.
    짐은 거의 없으니 다행이라면 다행이죠.
    A가 죽은 날로부터 1년,
    호라이즌의 곁에 남아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문을 나서자 낮의 뜨거운 햇빛이 내리비칩니다.
    밖으로 나오는 것은 굉장히 오랜만입니다.
    지난 1년간 어떤 생활을 했는지 벌써 가물가물합니다.
    세상은 1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A가 죽었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는 것은 호라이즌밖에 없는 것처럼.
    세상은 전과 같은 속도로 흘러갑니다.
    나의 유일이자
    전부인 사람이었는데.
    그럼에도...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흘러간다는 사실이
    증오스럽습니다.
    아니, 세상은 죄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요.
    죄가 있다면 단 한 사람 뿐.
    미하엘.
    미하엘 A. 라디슬라프: ....호라이즌.
    건물 앞에 서 있는 미하엘이 당신을 보고는 아는 척을 합니다.
    호라이즌을 향해 미소를 짓습니다.
    어째서?
    저 사람은 무슨 염치로 저런 표정을 지을 수가 있는 걸까요?
    끓어오르는 분노는 억지로 누릅시다.
    그럴 생각으로 직접 미하엘을 부른 거잖아요.
    살의를 숨기고 인사합시다.
    당신은 그럴 수 있어요.
    호라이즌 H. 베리: ... (아무 표정없이 눈을 천천히 깜빡이다 고개는 그대로, 시선만 옆으로 흘린채) ...미하엘.
    미하엘과 만나는 것은
    그 날 이후로 처음입니다.
    그 날 말이에요.
    정확히 1년 전 오늘
    미하엘이 A를 죽인 탓에
    A가 호라이즌의 눈 앞에서 죽었던 그 날.
    호라이즌은 A의 장례에조차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1년만에 보는 미하엘은 전과 크게 달라진 것 같지 않습니다.
    우습죠.
    A가 누구 때문에 죽었는데
    그 원인은 아무렇지 않게 살아있는 것이.
    살의로 눈앞이 어지럽습니다.
    아,
    오늘은 날씨도 좋고
    미하엘을 죽이기 딱 좋은 날입니다.
    A가 죽은 날 그 복수를 하지 않으면 대체 언제 해야 한단 말인가요.
    호라이즌은
    오늘
    미하엘을 죽일 겁니다.
    참고 참으며
    기회를 보다가,
    미하엘이 가장 방심한 순간
    그를
    죽일 겁니다.
    미하엘 A. 라디슬라프: ....응. (약간 어색하게 웃으며) ... 짐 들어줄까?
    호라이즌 H. 베리: ... 별로 많지도 않은데 뭘... (시선을 내리고 잠시 말이 없다가) ....잘, 지냈나?
    미하엘 A. 라디슬라프: 나야 뭐... (눈을 내리깔았다가)
    길에 서 있기엔 꽤나 추운 날씨입니다.
    오랜만에 밖으로 나온 호라이즌도 조금 머리가 아픕니다.
    미하엘 A. 라디슬라프: (무심코 제 팔을 감싸곤) ... ...좀 춥지? 식사는 했어?
    호라이즌 H. 베리: ... (제 엄지로 관자놀이를 꾹 눌러보고는 인상을 작게 쓰다가) .. 아니, 너는? 안 했다면 우리 어디 가서 식사부터 할까?
    미하엘 A. 라디슬라프: 그럼 우리 집에 갈래? 바로 근처니까... 퇴원기념으로 식사 만들어줄게. 토마토 스튜 좋아했지?
    호라이즌 H. 베리: 너네 집에? (저도 모르게 다시 묻고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 그래, 그럼... 근처라니까..
    미하엘 A. 라디슬라프: (약간 반색을 하며 웃으며) 그래. 얼른 가자. 좀만 걸으면 돼.
    미하엘의 말대로, 미하엘의 집은 정말 근처로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입니다.
    둘은 미묘한 거리를 유지하며 걸어갑니다.
    날씨가 조금 흐려지기 시작했지만
    눈이 올 것 같지는 않네요.
    눈이 온다면 완벽할텐데.
    날씨는 여전히 춥습니다.
    싸늘한 추위와 함께 미하엘의 집으로 향하는데...
    묘한 기시감이 느껴집니다.
    이 길을 처음 본 게 아닌 것 같습니다.
    아이디어 롤.
    호라이즌 H. 베리:
    INT Roll
    기준치:70/35/14
    굴림:22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생각해보면 이 길은 처음 걷는 것이 아닙니다.
    A의 집도 이 근처였으니까요.
    A와 미하엘은 항상 함께였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A한테 그런 짓을 할 수 있었을까요...
    호라이즌 H. 베리: (거리를 천천히 눈으로 훑으며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듯이) ... 그리운, 길이네.
    미하엘 A. 라디슬라프: (슬쩍 눈치를 보며) 그래? 기억나?
    호라이즌 H. 베리: (바로 대답하지 않고 멍하니 거리를 보다가) ...아니, 그냥 그런 기분만 들어서...
    미하엘 A. 라디슬라프: ...그렇구나... (조금 풀죽은 기색으로 대답하곤 나름 씩씩한 기색으로) 뭐, 천천히 돌아오면 되니까.
    곧 도착한 미하엘의 집은
    평범한 오피스텔입니다.
    미하엘 A. 라디슬라프: 아, 도착했다. 여기야.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들어간다)
    호라이즌 H. 베리: (힐끔 바라보다 따라들어간다.) ...그러고보니... 너, 혼자 살았던가?
    미하엘 A. 라디슬라프: 아니, 1년 전부터-...(어색하게 웃었다) 편의상 잠깐 독립했지.
    따라 들어가자
    실내의 차가운 공기가 느껴집니다.
    ...밖이랑 별반 다를 바가 없는 것 같네요.
    그래도 실내라고 조금은 나은 것 같습니다.
    집 구조는 단순해서 금방 구조를 파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미하엘 A. 라디슬라프: ...음, 집이 더러워서 미안. 치워놨어야 했는데... (바닥에 굴러다니는 쓰레기 몇 개를 얼른 주우며) 우선 마실 거라도 내올테니까 쉬고 있어. (부엌으로 들어간다)
    호라이즌 H. 베리: ...그래. (짧게 대답하고는 거실의 소파로 가려다 옆의 창고를 힐끔 바라본다.)
    창고를 흘끔 들여다보니
    자주 쓰지 않는 물건을 모아둔 것 같습니다.
    다른 곳과는 다르게 텁텁한 먼지 냄새가 납니다.
    한 쪽에는 상자가 쌓여있네요.
    미하엘 A. 라디슬라프: (부엌에 들어갔다가 조금 머쓱한 표정으로 나오며) ... 그러고보니 대접할 음식이 없더라고. 얼른 사올테니까 쉬고 있어.
    호라이즌 H. 베리: ...? (고개를 작게 기울이다가) ...혼자가려고?
    미하엘 A. 라디슬라프: 그럼. 환자한테 일을 시킬 수는 없지. 오늘 퇴원했다고는 해도... 한동안은 쉬어줘야 하잖아. (현관으로 가서는 당신을 돌아보며 어색하게 웃어보인다) 얼른 다녀올게.
    호라이즌 H. 베리: (그런 당신을 마주 보다가 고개를 돌리고는) ... 그래, 빨리 다녀와. 기다릴 테니까.
    미하엘 A. 라디슬라프: (약간 밝은 표정으로) 응. 다녀올게. (걸음을 빨리해 나간다)
    곧이어 미하엘이 나간 뒤로 현관이 닫히고
    집안은 정적에 휩싸입니다.
    기다리며 집안을 둘러볼 수 있을 것 같네요.
    호라이즌 H. 베리: 이 집을 좀 살펴볼 필요가 내겐 있지.. (창고로 들어가서 쌓여있는 상자를 살펴본다.)
    아까 훑어보던 상자를 자세히 살펴보니
    잡동사니가 든 종이 상자가 몇 개나 겹쳐 쌓여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구석에 공구가 든 상자도 있네요.
    잡동사니 중에선 호라이즌의 눈에 익은 것도 있습니다.
    A가 가지고 있던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이건 동료가 A에게 선물해줬다고 했던 것... 마음에 안 들어서 기억이 나네요.
    이건...A가 호라이즌에게 자랑했던 것.
    이건 A의 이름이 적혀있고...
    ...자신이 A에게 주었던 것도 있습니다.
    어느 물건이든 모든
    A의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아이디어 롤.
    호라이즌 H. 베리:
    INT Roll
    기준치:70/35/14
    굴림:26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그 녀석이 무슨 생각인지 새삼 생각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A의 물건을 보고 그를 그리워하기라도 할 생각인 걸까요?
    자기가 죽여놓고?
    그런 걸
    위선이라고 하죠.
    좋아요,
    그렇게 합시다.
    미하엘을 죽이고
    A의 유품을 정리하는 거예요.
    그렇다면 A의 억울함도 조금은 덜 수 있을 겁니다.
    호라이즌 H. 베리: ...이게 왜.... (A의 물건을 만지작거리다가 싸늘한 표정으로) ... 네가 죽기 전에 꼭 다시 보여줘야겠어. (창고를 나와 미하엘의 방으로 들어가 본다.)
    미하엘의 방
    미하엘의 방은 왠지 방답지 않게 서늘한 느낌이 듭니다.
    바람만 들이치지 않다 뿐이지 밖이랑 비슷한 정도로까지 느껴지네요.
    방에는 싱글 사이즈의 침대, 옷장, 책상이 있습니다.
    호라이즌 H. 베리: ...왜이리 추운 곳에서 살아... (중얼거리며 침대를 살펴본다.)
    폭신한 침대는 왠지 최근 거의 사용하지 않은 것처럼 사용감이 적습니다.
    가지런히 정리된 침구와 이질적인 인형이 놓여있네요.
    호라이즌 H. 베리: ..? (인형을 살펴본다. 무슨 인형이지?)
    레몬 빛 띄는 노란색 고양이 인형입니다.
    호라이즌 H. 베리: ... (가만히 살펴보다가 머리를 꾹 누른다.)
    꾸욱..
    누르는대로 머리가 폭신하게 들어갑니다.
    호라이즌 H. 베리: ..잘때 인형을 안고 자기라도 하나..? (미묘한 표정을 짓다가 옷장을 살펴보러 간다.)
    옷장을 살펴보니
    옷장에 걸려있는 옷은 적습니다.
    한쪽에 미하엘이 오늘 입었던 겉옷이 걸려있네요.
    주머니가 묵직해보입니다.
    호라이즌 H. 베리: (주머니에 슬쩍 손을 넣어본다.)
    주머니에 손을 넣어보니, 무언가 딱딱하고 차가운 게 잡힙니다.
    꺼내볼까요?
    호라이즌 H. 베리: ?? (꺼내본다.)
    꺼내보니
    휴대전화네요.
    호라이즌 H. 베리: (휴대전화를 켜본다.)
    켜보니 손쉽게 켜집니다.
    잠금은 걸려있지 않군요.
    무심코 메세지 목록을 살펴보면,
    문득 이상한 것이 눈에 띕니다.
    목록을 한참 내리자
    호라이즌과 미하엘이 나눈 대화가 있습니다.
    최근 메세지가 1년 전이네요.
    하지만 역시 이상합니다.
    이건 A와 나눴던 대화인데?
    어째서?
    아이디어 롤.
    호라이즌 H. 베리:
    INT Roll
    기준치:70/35/14
    굴림:50
    판정결과:보통 성공
    이건...
    A의 핸드폰이 틀림없습니다.
    어때서 죽은 A의 핸드폰을 미하엘이 가지고 있는 걸까요?
    그의 유품을 원흉인 그가 가진 걸까요?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분노가 끓어오릅니다.
    호라이즌 H. 베리: ... (휴대폰을 망가트릴 듯 꽉 쥐고 있다가 다시 주머니에 넣어두려다 멈칫하고는 제 주머니에 넣는다.) ... 네 것도 아니면서... (그리고는 화가 풀릴 때까지 가만히 서있다가 핸드폰을 다시 켜본다. 대화 내용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나?)
    일상적인 대화 내용입니다.
    그 일이 일어나기 전...
    약속 시간을 정하는 얘기나,
    잘 자라는 얘기 등,
    사소하고 일상적인.
    이제는 더 이상 A와 나눌 수 없는.
    호라이즌 H. 베리: ... (멍하니 화면을 보다가 작게 고개를 가로젓는다. 지금은 이런 걸 감상할 시간이 아니야. 책상을 살펴본다.)
    서랍이 달린 책상입니다.
    책상 위에는 먼지 쌓인 액자가 몇 개 놓여 있습니다.
    호라이즌 H. 베리: ... (액자를 들어서 살펴본다.)
    크기가 제각각인 액자가 몇 개 놓여있습니다.
    액자 위에는 먼지가 조금 쌓여있네요.
    액자에 들어있는 것은 호라이즌에게도 익숙한 사진입니다.
    호그와트에서 친구들과 함께 찍은 사진이라거나,
    호라이즌이 찍힌 사진도 있고
    A가 찍힌 사진도 있으며
    모두 함께 찍은 사진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사진 어디에도
    미하엘은 찍혀있지 않네요.
    아이디어 롤.
    호라이즌 H. 베리:
    INT Roll
    기준치:70/35/14
    굴림:67
    판정결과:보통 성공
    참, 미하엘은 사진 찍는 걸 싫어했죠.
    그랬을 겁니다.
    그게 가장 그럴 듯한 이유잖아요.
    호라이즌 H. 베리: ... ...왜 이 사진들을 네가 갖고 있는거야. (짜증섞인 말투로 중얼거리며 서랍을 열어본다.)
    대부분의 서랍에는 특별한 것이 보이지 않습니다만
    가장 윗서랍에 수많은 약봉지가 보입니다.
    약봉지의 날짜를 보자 1년 전부터 아주 최근까지 꼬박꼬박 먹었던 것 같습니다.
    내용물은...
    소염제와 신경 안정제로 보입니다.
    호라이즌에겐 아주 익숙한 약이네요.
    호라이즌 H. 베리: ... 이건.. (인상을 작게 쓰고는 서랍을 다시 닫는다. 그리고 가만히 방을 둘러보다가 혹시몰라 침대를 다시 살펴본다. 아래라던가.. 이불 속...)
    샅샅이 살펴봤지만
    딱히 이렇다 할 것은 보이지 않습니다.
    먼지만 나풀거리는군요.
    호라이즌 H. 베리: ...여긴 더 이상 살펴볼 것이 없나보군... (부엌으로 이동한다.)
    부엌
    부엌에는 싱크대, 냉장고, 테이블이 보입니다.
    호라이즌 H. 베리: (싱크대를 살펴본다.)
    싱크대엔 쓴 식기는커녕 물기조차 없습니다.
    찬장을 보니 식기가 모두 정리되어 있네요.
    ...한쪽에 가지런히 정리된 식칼이 보입니다.
    가져갈 수 있습니다.
    호라이즌 H. 베리: ... (식칼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가져갈지 말지 한참을 고민하다가 가져간다. 어떻게 죽일지는 아직 생각중이지만... 이제 냉장고를 열어보자.)
    냉장고를 열자 텅 빈 안쪽이 보입니다.
    제대로 된 식재료는 거의 보이지 않고
    그나마 들어있는 것도 간단히 조리해 먹을 수 있는 가공식품입니다.
    집에 오자마자 나간 미하엘의 행동이 알만하군요.
    호라이즌 H. 베리: ...여태껏 생활을 어떻게 한거야... (투덜거리며 냉장고를 닫고 테이블로 시선을 돌린다.)
    평범한 크기의 테이블입니다.
    테이블 아래쪽에 있는 쓰레기통에 다 먹은 가공식품 쓰레기들이 버려져있네요.
    호라이즌 H. 베리: ... 하아, (저도 모르게 깊게 한숨을 들이내쉬고는 화장실로 발걸음을 옮긴다.)
    화장실
    변기와 욕조가 같이 있는 적당한 넓이의 화장실입니다.
    세면대에 거울이 붙어있습니다.
    작은 창이 있지만 닫혀있습니다.
    호라이즌 H. 베리: ... (거울을 살펴본다.)
    세면대 앞에 서 거울을 살펴보자
    거울에 호라이즌의 얼굴이 비칩니다.
    표정이 어둡고, 얼굴색이 좋지 않네요.
    생각해보면
    지난 1년간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호라이즌은 거의 이런 얼굴이었습니다.
    사진에 찍혀있던 호라이즌과는 마치 다른 사람 같습니다.
    그래도 꾸준히 약을 먹고 성실하게 치료에 임한 덕에 최근엔 괜찮아진 편이었죠.
    덕분에 오늘 퇴원할 수 있었던 거고요.
    상태가 또 나빠져 버린 건
    미하엘과 만났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눈치 챈 살의가 다시금 부풀어오릅니다.
    호라이즌은 1년 동안,
    미하엘을 죽이겠다는 다짐을 단 한 순간도 잊지 않았습니다.
    오직 이 날만을 기다렸죠.
    어머, 거울 속에 있는 사람은 꼭 광기에 빠진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호라이즌 H. 베리: ... (거울을 죽일 듯이 노려보다가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린다.) .. 이런 표정을 보이면... 도망가겠지. ... 그럼 안돼. 나는 오늘... (심호흡을 깊게 한번 내쉬고는 작은 창으로 시선을 옮긴다. 열리나?)
    열리는 것 같습니다.
    호라이즌 H. 베리: (창문을 한 번 열어 본다.)
    창문을 열자
    바깥의 찬공기가 불어옵니다.
    이렇게 추웠던 날, A가 죽었었죠.
    눈이 오지 않아 아쉽지만
    동일한 날이라는 것만으로도
    오늘 미하엘을 죽이기엔 완벽한 날입니다.
    호라이즌 H. 베리: ... (차분해진 정신으로 창문을 다시 닫고는 거실을 통과해 베란다로 나간다.)
    베란다로 나가니 아직 밝은 바깥이 보입니다.
    베란다에는 화분이 몇 개 늘어서 있네요.
    호라이즌 H. 베리: ... (난간 너머 아래를 바라본다. 높이는 어느 정도지?)
    1층이라 그렇게 높아보이진 않습니다.
    호라이즌 H. 베리: ...흠. (베란다의 화분을 살펴본다.)
    화분의 식물이 무엇인지 알 수 없지만 최근까지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는지 약간 시들어있습니다.
    그래도 새것으로 보이는 영양제가 꽂혀있네요.
    호라이즌 H. 베리: ... (새 것으로 보이는 식물도 무엇인지 알 수 없나..?)
    알 수 없어보이네요.
    단지 새 것으로 보이는 영양제가 꽂혀있을 뿐, 식물들은 다 약간 시들어있습니다.
    호라이즌 H. 베리: ..왜 이것만... (갸웃... 다시 거실로 들어간다.)
    거실
    거실은 소파와 TV 외엔 가구가 없고 방금 갔다 온 베란다로 이어진 창이 있습니다.
    호라이즌 H. 베리: (TV를 틀어본다.)
    42인치 벽걸이 TV입니다.
    TV위에는 먼지가 조금 쌓여있고
    켜보니 지상파 채널 외에는 제대로 나오지 않습니다.
    호라이즌 H. 베리: ... (아무 채널이나 틀어두고 소파로 터덜터덜 다가가 앉는다.)
    가죽으로 된 2인용 소파입니다.
    표면은 깨끗하지만 급하게 닦은 건지 먼지가 쌓여있던 흔적이 있군요.
    아무 채널이나 틀어놓은 화면에서는
    흔한 아포칼립스 장르 영화가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세계 멸망 이후 둘만 남은 전형적인 스토리네요.
    그래서 둘만 남은 세계에서 둘은 어떻게 될까....
    멍하니 보고 있자면,
    문득 현관에서 인기척이 들립니다.
    호라이즌 H. 베리: (멍하니 TV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 현관쪽을 바라본다.)
    보면, 미하엘이네요.
    어쩐지 오래 걸린다 싶더니 양손에 짐을 한가득 들고 있습니다.
    미하엘 A. 라디슬라프: 아, TV 보고 있었어? 미안, 많이 기다렸지? 집에 먹을 게 하나도 없길래... (짐을 들고 부엌 쪽으로 간다) 늦었으니 마실 거보단 그냥 저녁 차리는 게 낫겠지?
    말대로, 밖은 이미 어두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적당히 맞춰주는 게 방심시키기에 좋겠죠.
    호라이즌 H. 베리: ...정말... (중얼거리듯이 내뱉다가 다시 고개를 돌려 베란다를 힐끔 바라보며) ... 그럴까. 저녁... 차리는 거 도와줘?
    미하엘 A. 라디슬라프: 아니 괜찮아. 오늘은 내가 다 해줄테니까 쉬어. 항상-...
    미하엘이 뭐라고 말하지만,
    딱히 듣고 싶지 않은 소리네요.
    TV나 마저 볼까요.
    호라이즌 H. 베리: ... 그래. ...그럼, 기대하고 있을게. (어색하게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당신을 보다가 빠르게 고개를 돌려 TV로 시선을 옮겼다.)
    TV로 시선을 옮기자
    미하엘은 어색하게 웃더니, 곧 부엌에서 요리를 시작합니다.
    경계하는 기색은 없고,
    미소가 조금 어색하긴 했지만
    오히려 조금 기분이 좋아 보입니다.
    TV에선 영화 주인공 둘이 폐허가 된 마을을 돌아다니며 식량을 구하는 내용이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저것도 언제까지 갈 수 있을지...
    호라이즌 H. 베리: ... (왜, 저런 태도일까. 복잡한 머릿속을 억지로 비우려 소파 등에 몸을 깊이 기대고 멍하니 바라본다.)
    둘 밖에 남지 않은 세상은 어떨까요.
    서로를 더 의지하게 될까요.
    아니면 맞지 않아 삐그덕거리게 될까요.
    영화 속 둘은 아무래도 후자였는지
    한 사건 이후로 크게 다툰 이후
    한 사람이 나머지 사람을 두고 가버립니다.
    홀로 허망하게 남아있는 사람을 보고 있자니....
    미하엘 A. 라디슬라프: 호라이즌- 저녁 다 됐어.
    호라이즌 H. 베리: ... (멍하니 보면서도 문득 드는 A의 생각에 당신의 부름에 바로 답하지 못하고 있다가 뒤늦게서야) ... 아, ... 그래. 갈게. (몸을 천천히 일으켜 부엌으로 간다.)
    부엌으로 가니, 먹음직스러운 냄새가 나네요.
    메뉴는, 토마토 스튜군요.
    당신이 좋아하던 요리 아니던가요?
    에그인헬도 만들어놨습니다.
    어쩐지 익숙한 느낌이네요.
    미하엘 A. 라디슬라프: (테이블에 각자의 몫의 식기와 그릇에 음식을 덜어두곤) 맛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호라이즌 H. 베리: ...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네. (잠깐 얼은 표정을 짓다가 다시 천천히 입꼬리를 올려 웃으며) ... 고생했어. 일단 냄새는 좋아 보이는데.. (의자에 앉고는 음식을 바라본다.)
    미하엘 A. 라디슬라프: 그래서 준비했지. (마주 웃고는) 그래? (긴장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내 입엔 괜찮던데 너한텐 어떨지 모르겠네... 먹어봐.
    호라이즌 H. 베리: ...그럼 한 번... (숟가락을 들어 한 숟갈 입에 넣고는 우물거린다.)
    미하엘이 만든 음식이라 조금은 꺼림칙하지만
    한 숟갈 먹어보니
    언젠가 먹어본 듯한 익숙한 맛이 납니다.
    착각인가?
    아무튼 맛있네요.
    호라이즌 H. 베리: .... (맛은 있지만 어쩐지 기분이 이상하다. 한참동안 음식을 바라보다가 다시 고개를 들어 당신을 보고는) ...괜찮네. 맛있어. ...어쩐지 익숙한 맛도 나고...
    미하엘 A. 라디슬라프: (반색하며) 그래? 다행이다. 뭐, 그야 당연히-
    미하엘이 뭐라고 설명하지만
    딱히 듣고 싶지가 않습니다.
    호라이즌 H. 베리: (말없이 음식을 계속 입에 넣었다. 당신의 말이 제대로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 ...걱정했어? 맛이 없을까봐?
    미하엘 A. 라디슬라프: 뭐, 그렇지. 퇴원했으니까 더 맛있게 해주고 싶기도 했고... 네가 좋아하는 음식이잖아. 네가 항상 해주기도 했으니까 나도 해주고 싶었고..
    호라이즌 H. 베리: ...내가 항상? (숟가락을 천천히 들다가 멈추고는 당신을 바라본다.)
    미하엘 A. 라디슬라프: (먹다가 시선을 느끼곤 당신을 보다가 어색하게 웃는다) ...응. 네가 항상 해줬었잖아.
    호라이즌 H. 베리: (그랬었던가, 기분이 묘하다. 내가 너한테? 혼자 그리 생각하며 대충 고개를 끄덕이며) ...그랬, 었군... 아직 조금 정신이 온전치 않아서..
    미하엘 A. 라디슬라프: ...뭐, 오늘 퇴원했으니까. 천천히 하면 되지. (작게 웃어주곤) 오늘도 자고 가는 건 어때?
    호라이즌 H. 베리: 그래도 괜찮다면.... (어느 정도 접시를 비우고는) ... 그나저나 여태까지 어떻게 지냈어? ... 나 입원해있던 동안 말이야.
    미하엘 A. 라디슬라프: (접시로 시선을 떨구곤 먹으며) 뭐... ... 항상 똑같았지. 그냥...그럭저럭 지냈어.
    누구 때문에 A가 죽었는데,
    미하엘은 1년간 아무렇지 않게 지냈다니.
    1년간 자신은 하루도 빠짐없이 그를 죽일 생각을 했는데...
    다시금 살의가 치밉니다.
    하지만 기다리다보면, 방심할 때가 있겠죠.
    조금만 더 참아봅시다.
    호라이즌 H. 베리: ... ...그럭저럭, (잠시 말없이 숟가락으로 그릇의 음식을 휘젓다가 내려두고는) ...잘 먹었어...
    미하엘 A. 라디슬라프: ...너는, 이제 괜찮아? (바라보다가, 눈동자를 굴리며) ... 다 먹었어? 더 안 먹고?
    호라이즌 H. 베리: ...안 괜찮을 이유가 있나. (애써 덤덤하게 툭 내뱉고는) ... 오늘은 거의 안 움직였으니까.. 식사는 이 정도면 충분한 것 같아서. (몸을 일으키며 그릇을 싱크대로 옮긴다.)
    미하엘 A. 라디슬라프: 그래...? (표정을 살펴보다가 얼른 일어나며 나머지 그릇을 정리해 싱크대로 가져갔다) 그래, 그럼. 설거지는 내가 할 테니까 쉬어. 심심하면 책이라도 읽...아, 책 싫어하지. (어색하게 웃었다) TV 마저 봐도 괜찮고.
    호라이즌 H. 베리: ... (당신의 모든 행동과 말이 의문이다. 어째서 그런 것들을 알고 있는 것인지. 저도 모르게 묘한 표정으로 당신을 빤히 바라보다가 등을 돌리고는) ... 그럼, 간단히 정리하고 거실로 와 같이 TV나 보게...
    미하엘 A. 라디슬라프: (약간 밝은 표정으로 끄덕이며) ... 응. 얼른 다 하고 갈게.
    호라이즌 H. 베리: ...그래. (거실로 발걸음을 옮겨 다시 소파에 앉는다. 고개를 잠시 천장으로 올려 눈을 감았다. 복잡하다...)
    소파에 앉아 눈을 감고 있자니
    부엌 쪽에서 물소리가 들립니다.
    미하엘이 싱크대 앞에서 설거지를 하고 있군요.
    무심코 바라보면,
    미하엘의 등은 아주 익숙하고 편안해서
    지금이라면 미하엘을 쉽게 죽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렇게 방심한 채 등을 보이고 있는 것을 보면
    같은 집에 자신을 죽이려고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꿈에도 모르는 거겠죠.
    물소리가 크고
    머리가 울립니다.
    물소리...
    마치 가라앉게 만들 것만 같은
    그 미칠 것 같은 소리.
    호라이즌이 조금 움직여도
    미하엘은 눈치채지 못할 것 같습니다.
    절호의 기회입니다.
    어떻게 할까요?
    호라이즌 H. 베리: ... (물소리, 듣기 싫어. 주먹을 꽉 쥐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지. 그렇게 쉽게 죽여서야... 아직 아니라며 스스로를 계속 다독여본다. 물소리를 피하려 귀를 막아보려다가 억지로 TV소리를 조금 더 높인다.)
    TV 소리를 조금 더 높여보지만
    어째서인지 TV소리는 잘 들리지 않고
    물소리만이 귓가에 선명합니다.
    숨을 죄여오는 그 소리.
    이러다간 물에 잠겨서
    가라앉아
    질식하게 되지 않을까요?
    그 때,
    핸드폰 벨소리가 적막을 깹니다.
    호라이즌의 핸드폰이 울리고 있네요.
    받아볼까요?
    호라이즌 H. 베리: .. (받는다.)
    (아니, 베란다로 이동해서 받는다..)
    베란다로 이동해서 전화를 받는데,
    호라이즌이 기억하지 못하는 목소리입니다.
    하지만 묘하게 익숙한 느낌이 드네요.
    기억에 없는 목소리가 호라이즌에게
    왜 퇴원 날짜를 속였는지 따집니다.
    무슨 소릴까요?
    귀가 따갑습니다.
    그렇게 소리를 질러도 호라이즌은 모르는 일입니다.
    무시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얼른 끊어버릴까요?
    호라이즌 H. 베리: .... (무시하고 전원을 아예 꺼버린다.)
    무시하고 전원을 끊어버리려는 그 순간,
    "이제 정말 괜찮은 거지?
    A가 널 얼마나 걱정했는데,
    나중에 연락이라도 해."
    하는 말이 휴대폰에서 흘러나옵니다.
    ...?
    무슨 소린가 싶지만
    이미 전원을 꺼버렸죠.
    그런데 뭘까요.
    방금 그 사람은 분명 A라고 말했습니다.
    아니
    A라고 말했나요?
    미하엘이라고 말했나요?
    어느 쪽이었죠?
    A는 죽었는데
    왜 여기서 A가 나오는 걸까요?
    호라이즌은 왜 둘을 헷갈리고 있죠?
    A의 이름이...
    뭐였죠?
    쿵.
    머릿속에서 큰 소리가 울립니다.
    수많은 생각으로 혼란스러워하던 호라이즌은
    곧 정신을 바로잡습니다.
    또 별 것도 아닌 생각에 한눈을 팔았네요.
    그래요.
    그건 그렇게 중요한 사실이 아닙니다.
    A는 미하엘 때문에 죽었고,
    호라이즌은 그 복수를 해야죠.
    중요한 것은 그것뿐입니다.
    다른 사실에 한눈을 팔 필요는 없어요.
    호라이즌은
    그러기 위해서 여기 있는 거잖아요.
    호라이즌 H. 베리: ... ... (핸드폰을 멍하니 바라본다. 그래, 내가 아는 사실은 A는 죽었고, 미하엘이 A를... 죽였다는, 사실 뿐... 자신을 세뇌하는 멍하니 서있다가 다시 거실로 들어간다.)
    거실로 들어가니
    설거지가 끝났는지
    물소리가 멎습니다.
    저기 웃는 얼굴로 걸어오는 미하엘이 보이네요.
    미하엘 A. 라디슬라프: 요리해서 그런지 공기가 좀 탁하네. 춥지만 창문 열까? 아니면 산책이라도 갈까?
    그렇게 말하며 아까 호라이즌이 갔다 나온 베란다 문을 여는 미하엘의 등이 보입니다.
    밖은 이미 어두워지기 시작해
    작게 보이는 어스름한 하늘엔 달조차 보이지 않습니다.
    지금이
    미하엘을 죽일 절호의 기회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을 놓치면 안 된다는 기분이 듭니다.
    호라이즌은
    미하엘을 죽여야만 합니다.
    호라이즌 H. 베리: ... ... (천천히 소리 없이 가만히 당신에게 가까이 다가가 뒤에서 끌어안는다. 그 어디에도 도망치지 못하게, 그리고 베란다 쪽에서 집안 안쪽으로 끌고는) .... 미하엘.
    미하엘 A. 라디슬라프: ....응? (움찔하다가 가만히 안긴다. 목소리가 약간 떨렸다) 왜, 호라이즌...?
    호라이즌 H. 베리: ...너는, 알까. 유일한.. 자신의 모든 것을 잃은 기분을.... (그대로 숨겨두었던 칼을 들어 당신의 왼쪽 가슴에 꽂는다. 천천히, 그리고 깊이.) ... ... 어때. 고통스럽나?
    칼이
    아무런 저항없이
    미하엘의 왼쪽 가슴에 깊숙이 박혀 들어갑니다.
    미하엘의 눈동자가 흔들리고,
    순간 울컥, 피를 토합니다.
    미하엘 A. 라디슬라프: (목에서 피가 끓어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왜... 왜, 호라이즌....? 어...째서...
    호라이즌 H. 베리: ...왜냐니. (그대로 흐르는 피를 감상하듯 바라보다가 당신의 어깨의 턱을 두고는) ... 나의 유일한 내 모든 것을 위해서야. ... ... 너는 그것을 내게서 빼앗았으니까. ... 내가, 1년 동안 무슨 생각을 하며 여기 왔는지.. 넌, 몰랐겠지.
    미하엘 A. 라디슬라프: 무슨.... 소리야, 호라이즌... 네가... 네가...
    천천히 미하엘의 몸이 허물어지며 피에 잠긴 목소리로 뭐라고 말합니다.
    듣기 다이스
    호라이즌 H. 베리:
    Listen Roll
    기준치:80/40/16
    굴림:9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미하엘 A. 라디슬라프: 네가... 내가 네 유일한 모든 거라고 했잖아...
    무슨 소리를 하는 걸까요?
    나의 유일한,
    나의 전부는
    A일뿐인데.
    미하엘이 자기 자신이라고 말하다니.
    A를 죽여놓고서.
    호라이즌 H. 베리: ... 무슨 헛소리야. 내 유일은.. 나의 전부는... A... 잖아?
    미하엘 A. 라디슬라프: (다시금 피가 울컥 뿜어져나왔다. 눈앞이 흐려졌다. 시야가 점멸했다) ...호라이즌... A는... 나잖아.
    무슨 이야기를..
    이제 급기야 이런 거짓말까지 하는 걸까요?
    마지막까지.
    정말 가증스럽기 그지없습니다.
    하지만 괜찮아요.
    조금만 참으면,
    숨을 거둘테니까.
    그러면 드디어
    A의 복수를 할 수 있습니다.
    호라이즌 H. 베리: .... 네가 왜, 어째서 A야.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멍하니 당신을 내려다보다 바닥에 당신을 내려둔다.) ... 네가, A를 죽였잖아. ... 내가, 분명... 그 마지막에, 봤는, 데....
    미하엘 A. 라디슬라프: (그래. 결국 그렇게... 흐려지는 시야 속에서 눈물이 났다. 억지로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웃어주고 싶지만 너무 힘들었다. 숨이 찼다. 의식이 흐려져갔다.) ...미안....미안해... 크으..쿨럭...그럼 이제...만족해...?
    호라이즌 H. 베리: ...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깊은 물속에서 다른 의심이 뒷골을 타고 올라온다. 이상하게도 온몸이 싸늘해지는 기분이 든다. 피가 묻어난 제 손을 바라보다가 다시 당신을 내려다보며) ... ... 복수를, 했으니까... 나는 이제.. (나는, 지금 만족하고 있나. 나는 지금... )
    당신은
    만족하나요?
    직감적으로,
    점차 그의 심장박동이 느려져가는 것이
    아니 멎어져 가는 것이 느껴집니다.
    미하엘 A. 라디슬라프: ...결국, (피가 끓어 목소리가 자꾸만 끊겼다) 네 손에 무너졌으니까... 만족했으면... ... 그럼에도 나는 피치 못하게 너를... (의식이 멀어졌다)
    그럼에도 나는
    피치 못하게 너를
    ㅡ하므로.
    ...뭐라고 하는 걸까요?
    피가 끓어서인지, 미하엘의 잔뜩 잠긴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습니다.
    사실 뭐라고 하는지 뭐가 중요하겠습니까.
    이윽고 미하엘은 그대로 축 늘어지고
    당신은
    그 심장박동이 온전히 멎음을 느낍니다.
    아,
    드디어.
    호라이즌, 산치체크.
    호라이즌 H. 베리:
    SAN Roll
    기준치:20/10/4
    굴림:37
    판정결과:실패
    희와 열로 몸이 달떠오릅니다.
    이제 한낱 시체가 되어버린 존재는
    호라이즌의 발치에서 더 이상 움직이지 않습니다.
    드디어
    그 사람을 죽였어요.
    호라이즌 H. 베리: ... 나를... 뭐, 뭐라고 하는거야. .... (답지않게 떠는 손으로 당신의 옆에 털썩 주저앉는다.) ...무슨 말이 하고 싶었던거야.
    뭐라고 말하려고 했을까요?
    그게 중요했을까요?
    중요한 것은
    드디어 미하엘을 죽이고
    복수를 해냈다는 것입니다.
    이제 죽은 A도 기뻐할 거예요.
    ...정말로?
    정말 그렇게 생각하나요?
    그럴 리가 없죠.
    그야 A는 이미 죽었으니까요.
    죽은 사람은 새삼 기뻐하거나 슬퍼하지 않습니다.
    그저 남겨진 사람이 만들어낸 초상일 뿐.
    하지만 이제 와서
    그게
    무슨 상관인가요.
    꿈에 그리던 A가 호라이즌을 향해 웃습니다.
    기쁜 듯이,
    또는 슬픈 듯이.
    ...어째서일까요?
    상상 속에서 웃고 있는 A의 초상이
    미하엘과 닮은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아,
    역겹고 기분 나쁜 환상이네요...
    BAD END. A의 초상
    아,
    드디어.
    호라이즌, 산치체크.
    호라이즌 H. 베리:
    SAN Roll
    기준치:20/10/4
    굴림:97
    판정결과:대실패
    순간,
    눈앞이 밝아지는 것을 느낍니다.
    새삼스럽게 주위가 밝아졌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지금껏 호라이즌의 눈을 가리고 있던 살의가 사라집니다.
    그리고 살의에 눈이 멀어 눈치채지 못했던 진실이 떠오르기 시작합니다.
    대항할 수 없는 공포¿ 앞에서 호라이즌을 보호하던 미하엘.
    결국 호라이즌의 눈앞에서 쓰러지던 미하엘.
    그렇다면 A는 어디갔나요?
    도망간 건가요?
    괴물은 A였나요?
    미하엘을 찌른 게 A였나요?
    아뇨,
    처음부터 그곳엔 호라이즌과 미하엘밖에 없었습니다.
    애초에 그곳에서 죽은 사람은 없습니다.
    그렇다면 A는 누구죠?
    A는 뭔가요?
    A.
    아에테르니타스.
    누구일 것 같나요?
    미하엘을 향한 살의는커녕
    A를 향한 애정조차 호라이즌 자신이 만들어낸 환상입니다.
    그의 미들을 딴,
    불멸을 뜻했던.
    그러나 당신의 손에 멸해진.
    그것은 광기라고 부르면 적당할지도 모르겠네요.
    살의에 홀려 보낸 호라이즌의 일 년.
    주위의 설득조차 듣지 않았던 일 년.
    왜 하필 이제 와서 진실을 떠올리게 된 걸까요
    이제라도 떠올려서 다행인 걸까요.
    이것을 감히 다행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
    손 안에 있는 체온이 식어갑니다.
    호라이즌의 마음이 어떻든 A는,
    아에타르니타스는,
    당신의 유일이자
    전부였던
    미하엘은
    죽었습니다.
    바로 호라이즌의 손에 말입니다.
    죽은 사람은 살아나지 않습니다.
    죽은 사람은 돌아오지 않습니다.
    그것은 세상을 이루는 불변의 법칙.
    그것이 당신의 본의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당신은 돌이킬 수 없는 일을 했습니다.
    아니 어쩌면 하고 싶던 일이었을까요?
    그를 무너뜨리고 싶어했으니까.
    뭐, 이제 와서는 상관 없지요.
    이제 당신이 그를 위해 할 수 있는 건
    그저 그의 죽음을 기억하는 것 정도.
    그 마음이 슬픔인지 죄책감인지
    그저 공허인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단 한가지 확실한 것은
    당신은 죽을 때까지 그를 잊지 못할 것이라는 것입니다.
    끝까지,
    가라앉히지 못하고.
    끝없이,
    끊임없이...
    이것은
    그를 위한 장사입니다.
    END. 너의 초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