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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의 초상 - 이즌헬
_-_-_-_-_
2019. 3. 16. 11:41
ㅡ
그럼에도 나는
피치 못하게 너를
ㅡ하므로.
A의 초상
비극은
호라이즌의 눈 앞에서 일어났습니다.
대항할 수 없는 거대한 공포¿가 밀려와
몸을 꼼짝할 수 없는 와중에
애석하게도,
또는 우습게도
펼쳐진 광경이 똑똑히 시야에 새겨집니다.
이 하염없이
가라앉고 있는 것 같은 느낌 속에서도
눈을 돌려 외면하고 싶지만
외면할 수가 없습니다.
주위는 별 하나 뜨지 않은 새까만 어둠.
흐릿하게 떠 있는 달빛은
A를 똑똑히 비춥니다.
와중에 더없이 어울리는 광경입니다.
호라이즌을 지키듯이 서 있던 A의 몸이 무너져 내리고
결국....
끔찍한 것이 호라이즌에게 다가오기 시작합니다.
마치 가라앉고 있는 듯한 숨막힐 듯한 느낌에
다리가 떨어지지 않습니다.
달빛이 이번에는 그 끔찍한 괴물을 비춥니다.
눈을 피할 수가
없습니다.
────.
그러고 보니,
그 사람은 어디 있었죠?
그 사람 말입니다.
미하엘.
고개를 들어 바라보면,
쓰러진 A의 앞에
피투성이의 미하엘이 서 있었습니다.
이 상황은...
그래요, 이 상황은 분명
미하엘이 A를 죽인 것이 틀림 없습니다.
괴물이 미하엘이던가,
미하엘이 괴물이던가,
아무래도 상관없습니다.
공포¿로 가득했던 머릿속에 다른 것이 떠오릅니다.
그것은
분명한 살의입니다.
평소에 알고 있던 미하엘이 그럴 사람이 아니었기에 더더욱 배신감이 느껴집니다.
아니 예상했던 일일까요.
네가
결국
결국엔 ㅡ .....
...열이 오른 탓일까요.
호라이즌의 시야가 흐려집니다.
괴물을, A를 죽인 그를 앞에 두고,
그렇다면 이렇게 죽는 걸까요.
이대로 죽을 수는 없습니다.
A가,
A가....
호라이즌은
정신을 잃으며 맹세합니다.
만약 자신이 살아남는다면
기필코
자신의 손으로
미하엘을 죽이겠다고.
...
...
.
오늘은 드디어 퇴원하는 날로
퇴원 수속을 마친 호라이즌은 혼자입니다.
짐은 거의 없으니 다행이라면 다행이죠.
A가 죽은 날로부터 1년,
호라이즌의 곁에 남아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문을 나서자 낮의 뜨거운 햇빛이 내리비칩니다.
밖으로 나오는 것은 굉장히 오랜만입니다.
지난 1년간 어떤 생활을 했는지 벌써 가물가물합니다.
세상은 1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A가 죽었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는 것은 호라이즌밖에 없는 것처럼.
세상은 전과 같은 속도로 흘러갑니다.
나의 유일이자
전부인 사람이었는데.
그럼에도...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흘러간다는 사실이
증오스럽습니다.
아니, 세상은 죄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요.
죄가 있다면 단 한 사람 뿐.
미하엘.

건물 앞에 서 있는 미하엘이 당신을 보고는 아는 척을 합니다.
호라이즌을 향해 미소를 짓습니다.
어째서?
저 사람은 무슨 염치로 저런 표정을 지을 수가 있는 걸까요?
끓어오르는 분노는 억지로 누릅시다.
그럴 생각으로 직접 미하엘을 부른 거잖아요.
살의를 숨기고 인사합시다.
당신은 그럴 수 있어요.

미하엘과 만나는 것은
그 날 이후로 처음입니다.
그 날 말이에요.
정확히 1년 전 오늘
미하엘이 A를 죽인 탓에
A가 호라이즌의 눈 앞에서 죽었던 그 날.
호라이즌은 A의 장례에조차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1년만에 보는 미하엘은 전과 크게 달라진 것 같지 않습니다.
우습죠.
A가 누구 때문에 죽었는데
그 원인은 아무렇지 않게 살아있는 것이.
살의로 눈앞이 어지럽습니다.
아,
오늘은 날씨도 좋고
미하엘을 죽이기 딱 좋은 날입니다.
A가 죽은 날 그 복수를 하지 않으면 대체 언제 해야 한단 말인가요.
호라이즌은
오늘
미하엘을 죽일 겁니다.
참고 참으며
기회를 보다가,
미하엘이 가장 방심한 순간
그를
죽일 겁니다.



길에 서 있기엔 꽤나 추운 날씨입니다.
오랜만에 밖으로 나온 호라이즌도 조금 머리가 아픕니다.





미하엘의 말대로, 미하엘의 집은 정말 근처로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입니다.
둘은 미묘한 거리를 유지하며 걸어갑니다.
날씨가 조금 흐려지기 시작했지만
눈이 올 것 같지는 않네요.
눈이 온다면 완벽할텐데.
날씨는 여전히 춥습니다.
싸늘한 추위와 함께 미하엘의 집으로 향하는데...
묘한 기시감이 느껴집니다.
이 길을 처음 본 게 아닌 것 같습니다.
아이디어 롤.

기준치: | 70/35/14 |
굴림: | 22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생각해보면 이 길은 처음 걷는 것이 아닙니다.
A의 집도 이 근처였으니까요.
A와 미하엘은 항상 함께였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A한테 그런 짓을 할 수 있었을까요...




곧 도착한 미하엘의 집은
평범한 오피스텔입니다.



따라 들어가자
실내의 차가운 공기가 느껴집니다.
...밖이랑 별반 다를 바가 없는 것 같네요.
그래도 실내라고 조금은 나은 것 같습니다.
집 구조는 단순해서 금방 구조를 파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창고를 흘끔 들여다보니
자주 쓰지 않는 물건을 모아둔 것 같습니다.
다른 곳과는 다르게 텁텁한 먼지 냄새가 납니다.
한 쪽에는 상자가 쌓여있네요.





곧이어 미하엘이 나간 뒤로 현관이 닫히고
집안은 정적에 휩싸입니다.
기다리며 집안을 둘러볼 수 있을 것 같네요.

아까 훑어보던 상자를 자세히 살펴보니
잡동사니가 든 종이 상자가 몇 개나 겹쳐 쌓여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구석에 공구가 든 상자도 있네요.
잡동사니 중에선 호라이즌의 눈에 익은 것도 있습니다.
A가 가지고 있던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이건 동료가 A에게 선물해줬다고 했던 것... 마음에 안 들어서 기억이 나네요.
이건...A가 호라이즌에게 자랑했던 것.
이건 A의 이름이 적혀있고...
...자신이 A에게 주었던 것도 있습니다.
어느 물건이든 모든
A의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아이디어 롤.

기준치: | 70/35/14 |
굴림: | 26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그 녀석이 무슨 생각인지 새삼 생각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A의 물건을 보고 그를 그리워하기라도 할 생각인 걸까요?
자기가 죽여놓고?
그런 걸
위선이라고 하죠.
좋아요,
그렇게 합시다.
미하엘을 죽이고
A의 유품을 정리하는 거예요.
그렇다면 A의 억울함도 조금은 덜 수 있을 겁니다.

미하엘의 방
미하엘의 방은 왠지 방답지 않게 서늘한 느낌이 듭니다.
바람만 들이치지 않다 뿐이지 밖이랑 비슷한 정도로까지 느껴지네요.
방에는 싱글 사이즈의 침대, 옷장, 책상이 있습니다.

폭신한 침대는 왠지 최근 거의 사용하지 않은 것처럼 사용감이 적습니다.
가지런히 정리된 침구와 이질적인 인형이 놓여있네요.

레몬 빛 띄는 노란색 고양이 인형입니다.

꾸욱..
누르는대로 머리가 폭신하게 들어갑니다.

옷장을 살펴보니
옷장에 걸려있는 옷은 적습니다.
한쪽에 미하엘이 오늘 입었던 겉옷이 걸려있네요.
주머니가 묵직해보입니다.

주머니에 손을 넣어보니, 무언가 딱딱하고 차가운 게 잡힙니다.
꺼내볼까요?

꺼내보니
휴대전화네요.

켜보니 손쉽게 켜집니다.
잠금은 걸려있지 않군요.
무심코 메세지 목록을 살펴보면,
문득 이상한 것이 눈에 띕니다.
목록을 한참 내리자
호라이즌과 미하엘이 나눈 대화가 있습니다.
최근 메세지가 1년 전이네요.
하지만 역시 이상합니다.
이건 A와 나눴던 대화인데?
어째서?
아이디어 롤.

기준치: | 70/35/14 |
굴림: | 50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이건...
A의 핸드폰이 틀림없습니다.
어때서 죽은 A의 핸드폰을 미하엘이 가지고 있는 걸까요?
그의 유품을 원흉인 그가 가진 걸까요?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분노가 끓어오릅니다.

일상적인 대화 내용입니다.
그 일이 일어나기 전...
약속 시간을 정하는 얘기나,
잘 자라는 얘기 등,
사소하고 일상적인.
이제는 더 이상 A와 나눌 수 없는.

서랍이 달린 책상입니다.
책상 위에는 먼지 쌓인 액자가 몇 개 놓여 있습니다.

크기가 제각각인 액자가 몇 개 놓여있습니다.
액자 위에는 먼지가 조금 쌓여있네요.
액자에 들어있는 것은 호라이즌에게도 익숙한 사진입니다.
호그와트에서 친구들과 함께 찍은 사진이라거나,
호라이즌이 찍힌 사진도 있고
A가 찍힌 사진도 있으며
모두 함께 찍은 사진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사진 어디에도
미하엘은 찍혀있지 않네요.
아이디어 롤.

기준치: | 70/35/14 |
굴림: | 67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참, 미하엘은 사진 찍는 걸 싫어했죠.
그랬을 겁니다.
그게 가장 그럴 듯한 이유잖아요.

대부분의 서랍에는 특별한 것이 보이지 않습니다만
가장 윗서랍에 수많은 약봉지가 보입니다.
약봉지의 날짜를 보자 1년 전부터 아주 최근까지 꼬박꼬박 먹었던 것 같습니다.
내용물은...
소염제와 신경 안정제로 보입니다.
호라이즌에겐 아주 익숙한 약이네요.

샅샅이 살펴봤지만
딱히 이렇다 할 것은 보이지 않습니다.
먼지만 나풀거리는군요.

부엌
부엌에는 싱크대, 냉장고, 테이블이 보입니다.

싱크대엔 쓴 식기는커녕 물기조차 없습니다.
찬장을 보니 식기가 모두 정리되어 있네요.
...한쪽에 가지런히 정리된 식칼이 보입니다.
가져갈 수 있습니다.

냉장고를 열자 텅 빈 안쪽이 보입니다.
제대로 된 식재료는 거의 보이지 않고
그나마 들어있는 것도 간단히 조리해 먹을 수 있는 가공식품입니다.
집에 오자마자 나간 미하엘의 행동이 알만하군요.

평범한 크기의 테이블입니다.
테이블 아래쪽에 있는 쓰레기통에 다 먹은 가공식품 쓰레기들이 버려져있네요.

화장실
변기와 욕조가 같이 있는 적당한 넓이의 화장실입니다.
세면대에 거울이 붙어있습니다.
작은 창이 있지만 닫혀있습니다.

세면대 앞에 서 거울을 살펴보자
거울에 호라이즌의 얼굴이 비칩니다.
표정이 어둡고, 얼굴색이 좋지 않네요.
생각해보면
지난 1년간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호라이즌은 거의 이런 얼굴이었습니다.
사진에 찍혀있던 호라이즌과는 마치 다른 사람 같습니다.
그래도 꾸준히 약을 먹고 성실하게 치료에 임한 덕에 최근엔 괜찮아진 편이었죠.
덕분에 오늘 퇴원할 수 있었던 거고요.
상태가 또 나빠져 버린 건
미하엘과 만났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눈치 챈 살의가 다시금 부풀어오릅니다.
호라이즌은 1년 동안,
미하엘을 죽이겠다는 다짐을 단 한 순간도 잊지 않았습니다.
오직 이 날만을 기다렸죠.
어머, 거울 속에 있는 사람은 꼭 광기에 빠진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열리는 것 같습니다.

창문을 열자
바깥의 찬공기가 불어옵니다.
이렇게 추웠던 날, A가 죽었었죠.
눈이 오지 않아 아쉽지만
동일한 날이라는 것만으로도
오늘 미하엘을 죽이기엔 완벽한 날입니다.

베란다로 나가니 아직 밝은 바깥이 보입니다.
베란다에는 화분이 몇 개 늘어서 있네요.

1층이라 그렇게 높아보이진 않습니다.

화분의 식물이 무엇인지 알 수 없지만 최근까지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는지 약간 시들어있습니다.
그래도 새것으로 보이는 영양제가 꽂혀있네요.

알 수 없어보이네요.
단지 새 것으로 보이는 영양제가 꽂혀있을 뿐, 식물들은 다 약간 시들어있습니다.

거실
거실은 소파와 TV 외엔 가구가 없고 방금 갔다 온 베란다로 이어진 창이 있습니다.

42인치 벽걸이 TV입니다.
TV위에는 먼지가 조금 쌓여있고
켜보니 지상파 채널 외에는 제대로 나오지 않습니다.

가죽으로 된 2인용 소파입니다.
표면은 깨끗하지만 급하게 닦은 건지 먼지가 쌓여있던 흔적이 있군요.
아무 채널이나 틀어놓은 화면에서는
흔한 아포칼립스 장르 영화가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세계 멸망 이후 둘만 남은 전형적인 스토리네요.
그래서 둘만 남은 세계에서 둘은 어떻게 될까....
멍하니 보고 있자면,
문득 현관에서 인기척이 들립니다.

보면, 미하엘이네요.
어쩐지 오래 걸린다 싶더니 양손에 짐을 한가득 들고 있습니다.

말대로, 밖은 이미 어두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적당히 맞춰주는 게 방심시키기에 좋겠죠.


미하엘이 뭐라고 말하지만,
딱히 듣고 싶지 않은 소리네요.
TV나 마저 볼까요.

TV로 시선을 옮기자
미하엘은 어색하게 웃더니, 곧 부엌에서 요리를 시작합니다.
경계하는 기색은 없고,
미소가 조금 어색하긴 했지만
오히려 조금 기분이 좋아 보입니다.
TV에선 영화 주인공 둘이 폐허가 된 마을을 돌아다니며 식량을 구하는 내용이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저것도 언제까지 갈 수 있을지...

둘 밖에 남지 않은 세상은 어떨까요.
서로를 더 의지하게 될까요.
아니면 맞지 않아 삐그덕거리게 될까요.
영화 속 둘은 아무래도 후자였는지
한 사건 이후로 크게 다툰 이후
한 사람이 나머지 사람을 두고 가버립니다.
홀로 허망하게 남아있는 사람을 보고 있자니....


부엌으로 가니, 먹음직스러운 냄새가 나네요.
메뉴는, 토마토 스튜군요.
당신이 좋아하던 요리 아니던가요?
에그인헬도 만들어놨습니다.
어쩐지 익숙한 느낌이네요.




미하엘이 만든 음식이라 조금은 꺼림칙하지만
한 숟갈 먹어보니
언젠가 먹어본 듯한 익숙한 맛이 납니다.
착각인가?
아무튼 맛있네요.


미하엘이 뭐라고 설명하지만
딱히 듣고 싶지가 않습니다.








누구 때문에 A가 죽었는데,
미하엘은 1년간 아무렇지 않게 지냈다니.
1년간 자신은 하루도 빠짐없이 그를 죽일 생각을 했는데...
다시금 살의가 치밉니다.
하지만 기다리다보면, 방심할 때가 있겠죠.
조금만 더 참아봅시다.







소파에 앉아 눈을 감고 있자니
부엌 쪽에서 물소리가 들립니다.
미하엘이 싱크대 앞에서 설거지를 하고 있군요.
무심코 바라보면,
미하엘의 등은 아주 익숙하고 편안해서
지금이라면 미하엘을 쉽게 죽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렇게 방심한 채 등을 보이고 있는 것을 보면
같은 집에 자신을 죽이려고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꿈에도 모르는 거겠죠.
물소리가 크고
머리가 울립니다.
물소리...
마치 가라앉게 만들 것만 같은
그 미칠 것 같은 소리.
호라이즌이 조금 움직여도
미하엘은 눈치채지 못할 것 같습니다.
절호의 기회입니다.
어떻게 할까요?

TV 소리를 조금 더 높여보지만
어째서인지 TV소리는 잘 들리지 않고
물소리만이 귓가에 선명합니다.
숨을 죄여오는 그 소리.
이러다간 물에 잠겨서
가라앉아
질식하게 되지 않을까요?
그 때,
핸드폰 벨소리가 적막을 깹니다.
호라이즌의 핸드폰이 울리고 있네요.
받아볼까요?

(아니, 베란다로 이동해서 받는다..)
베란다로 이동해서 전화를 받는데,
호라이즌이 기억하지 못하는 목소리입니다.
하지만 묘하게 익숙한 느낌이 드네요.
기억에 없는 목소리가 호라이즌에게
왜 퇴원 날짜를 속였는지 따집니다.
무슨 소릴까요?
귀가 따갑습니다.
그렇게 소리를 질러도 호라이즌은 모르는 일입니다.
무시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얼른 끊어버릴까요?

무시하고 전원을 끊어버리려는 그 순간,
"이제 정말 괜찮은 거지?
A가 널 얼마나 걱정했는데,
나중에 연락이라도 해."
하는 말이 휴대폰에서 흘러나옵니다.
...?
무슨 소린가 싶지만
이미 전원을 꺼버렸죠.
그런데 뭘까요.
방금 그 사람은 분명 A라고 말했습니다.
아니
A라고 말했나요?
미하엘이라고 말했나요?
어느 쪽이었죠?
A는 죽었는데
왜 여기서 A가 나오는 걸까요?
호라이즌은 왜 둘을 헷갈리고 있죠?
A의 이름이...
뭐였죠?
쿵.
머릿속에서 큰 소리가 울립니다.
수많은 생각으로 혼란스러워하던 호라이즌은
곧 정신을 바로잡습니다.
또 별 것도 아닌 생각에 한눈을 팔았네요.
그래요.
그건 그렇게 중요한 사실이 아닙니다.
A는 미하엘 때문에 죽었고,
호라이즌은 그 복수를 해야죠.
중요한 것은 그것뿐입니다.
다른 사실에 한눈을 팔 필요는 없어요.
호라이즌은
그러기 위해서 여기 있는 거잖아요.

거실로 들어가니
설거지가 끝났는지
물소리가 멎습니다.
저기 웃는 얼굴로 걸어오는 미하엘이 보이네요.

그렇게 말하며 아까 호라이즌이 갔다 나온 베란다 문을 여는 미하엘의 등이 보입니다.
밖은 이미 어두워지기 시작해
작게 보이는 어스름한 하늘엔 달조차 보이지 않습니다.
지금이
미하엘을 죽일 절호의 기회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을 놓치면 안 된다는 기분이 듭니다.
호라이즌은
미하엘을 죽여야만 합니다.



칼이
아무런 저항없이
미하엘의 왼쪽 가슴에 깊숙이 박혀 들어갑니다.
미하엘의 눈동자가 흔들리고,
순간 울컥, 피를 토합니다.



천천히 미하엘의 몸이 허물어지며 피에 잠긴 목소리로 뭐라고 말합니다.
듣기 다이스

기준치: | 80/40/16 |
굴림: | 9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무슨 소리를 하는 걸까요?
나의 유일한,
나의 전부는
A일뿐인데.
미하엘이 자기 자신이라고 말하다니.
A를 죽여놓고서.


무슨 이야기를..
이제 급기야 이런 거짓말까지 하는 걸까요?
마지막까지.
정말 가증스럽기 그지없습니다.
하지만 괜찮아요.
조금만 참으면,
숨을 거둘테니까.
그러면 드디어
A의 복수를 할 수 있습니다.



당신은
만족하나요?
직감적으로,
점차 그의 심장박동이 느려져가는 것이
아니 멎어져 가는 것이 느껴집니다.

그럼에도 나는
피치 못하게 너를
ㅡ하므로.
...뭐라고 하는 걸까요?
피가 끓어서인지, 미하엘의 잔뜩 잠긴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습니다.
사실 뭐라고 하는지 뭐가 중요하겠습니까.
이윽고 미하엘은 그대로 축 늘어지고
당신은
그 심장박동이 온전히 멎음을 느낍니다.
아,
드디어.
호라이즌, 산치체크.

기준치: | 20/10/4 |
굴림: | 37 |
판정결과: | 실패 |
희와 열로 몸이 달떠오릅니다.
이제 한낱 시체가 되어버린 존재는
호라이즌의 발치에서 더 이상 움직이지 않습니다.
드디어
그 사람을 죽였어요.

뭐라고 말하려고 했을까요?
그게 중요했을까요?
중요한 것은
드디어 미하엘을 죽이고
복수를 해냈다는 것입니다.
이제 죽은 A도 기뻐할 거예요.
...정말로?
정말 그렇게 생각하나요?
그럴 리가 없죠.
그야 A는 이미 죽었으니까요.
죽은 사람은 새삼 기뻐하거나 슬퍼하지 않습니다.
그저 남겨진 사람이 만들어낸 초상일 뿐.
하지만 이제 와서
그게
무슨 상관인가요.
꿈에 그리던 A가 호라이즌을 향해 웃습니다.
기쁜 듯이,
또는 슬픈 듯이.
...어째서일까요?
상상 속에서 웃고 있는 A의 초상이
미하엘과 닮은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아,
역겹고 기분 나쁜 환상이네요...
BAD END. A의 초상
ㅡ
아,
드디어.
호라이즌, 산치체크.

기준치: | 20/10/4 |
굴림: | 97 |
판정결과: | 대실패 |
순간,
눈앞이 밝아지는 것을 느낍니다.
새삼스럽게 주위가 밝아졌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지금껏 호라이즌의 눈을 가리고 있던 살의가 사라집니다.
그리고 살의에 눈이 멀어 눈치채지 못했던 진실이 떠오르기 시작합니다.
대항할 수 없는 공포¿ 앞에서 호라이즌을 보호하던 미하엘.
결국 호라이즌의 눈앞에서 쓰러지던 미하엘.
그렇다면 A는 어디갔나요?
도망간 건가요?
괴물은 A였나요?
미하엘을 찌른 게 A였나요?
아뇨,
처음부터 그곳엔 호라이즌과 미하엘밖에 없었습니다.
애초에 그곳에서 죽은 사람은 없습니다.
그렇다면 A는 누구죠?
A는 뭔가요?
A.
아에테르니타스.
누구일 것 같나요?
미하엘을 향한 살의는커녕
A를 향한 애정조차 호라이즌 자신이 만들어낸 환상입니다.
그의 미들을 딴,
불멸을 뜻했던.
그러나 당신의 손에 멸해진.
그것은 광기라고 부르면 적당할지도 모르겠네요.
살의에 홀려 보낸 호라이즌의 일 년.
주위의 설득조차 듣지 않았던 일 년.
왜 하필 이제 와서 진실을 떠올리게 된 걸까요
이제라도 떠올려서 다행인 걸까요.
이것을 감히 다행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
손 안에 있는 체온이 식어갑니다.
호라이즌의 마음이 어떻든 A는,
아에타르니타스는,
당신의 유일이자
전부였던
미하엘은
죽었습니다.
바로 호라이즌의 손에 말입니다.
죽은 사람은 살아나지 않습니다.
죽은 사람은 돌아오지 않습니다.
그것은 세상을 이루는 불변의 법칙.
그것이 당신의 본의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당신은 돌이킬 수 없는 일을 했습니다.
아니 어쩌면 하고 싶던 일이었을까요?
그를 무너뜨리고 싶어했으니까.
뭐, 이제 와서는 상관 없지요.
이제 당신이 그를 위해 할 수 있는 건
그저 그의 죽음을 기억하는 것 정도.
그 마음이 슬픔인지 죄책감인지
그저 공허인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단 한가지 확실한 것은
당신은 죽을 때까지 그를 잊지 못할 것이라는 것입니다.
끝까지,
가라앉히지 못하고.
끝없이,
끊임없이...
이것은
그를 위한 장사입니다.
END. 너의 초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