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3
사흘,
시간이 속절없이 흐른다. 모래시계의 모래가 떨어지는 것처럼 내게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별것 아니라고 말하는 것처럼 그렇게 흐른다. 언제까지, 어디까지 이렇게 흘러내리기만 할까. 그 어디에 있어도 나를 감싸는 공기가 무겁다. 사념을 떨쳐내기가 점점 더 힘들어진다. 예상했던 것보다 무게가 상당하다. 여태까지 배웠던 모든 것들이 쓸모없게 느껴진다. 정을 주는 것조차 부질없게 느껴진다. 지는 꽃을 바라보며 기이한 이기심마저 든다. 지금 흔들리면 되돌릴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마저 내 전부를 흔든다. 전부 웃기지도 않는 소릴.
받아치지 못할 다정을 보면 속이 뒤틀린다.
다정의 뒤에는 항상 다른 진심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나는 항상 가장 많이 사랑받았으며, 가장 가까운 이에게 미움받는 것에 능숙했으나. 내 안의 정을 표현하기 어색했으며, 나를 미워하는 이를 감당할 수 없었다. 어중간한 정은 내가 그 무엇도 소화할 수 없게 만든다. 내게 이 배지를 준 이들은 이걸 알고 준 것일까, 모르고 준 것일까. 얕은 다정은 금방 벗겨진다. 내 다정의 깊이는 어느 정도일까. 내 다정이 바닥나면 이 모든 연결 고리가 틀어질까. 아니면 끊어질까. 아니면...
생각은 수없이 쏟아지지만 잠은 쉽게 오지 않는다.
그날 이후로 편하게 잠든 적이 있던가. 매일 밤 룸메이트에게 말을 걸거나 기숙사 휴게실로 나와 잠 못 드는 이들에게 말을 걸거나 정처 없이 돌아다니면서 스스로를 피곤으로 몰아갔었던 일상을 떠올린다. 사람이 가장 무방비해지는 순간에 겪은 일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이겨내려는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은 포기를 의미하며, 도움을 요청하고 싶지 않은 것은 가장 중요한 자존심이었다. 그런 자국이 남아 있다는 것을 그들이 안다면 얼마나 기뻐할지. 나는 그것을 죽음보다 더 끔찍이 여긴다. 언젠가 내가 안전해진다면 해결될 일이라며 익숙해지려고 했고, 익숙해졌다. ... 그런데 왜, 내게만 안전한 이곳에서도 쉽게 잠이 오지 않는 것인지. 호그와트는 그 어느 때보다도 적적한데.
다시 눈을 뜨면 또 누군가 사라졌겠지.
그가 시작이었을 것이다. 아이들에게 긍정적으로 생각하라고 했으나 가망 없는 것에 긍정적인 것은 어리석다고 생각한다. 내가 변하지 않기 위해서 항상 최악을 생각하기로 한다. 기어이 여유는 사그라든 것일까. 변하지 않으려 발버둥 치다가 결국 변한 걸까. 그 맹세들이야말로 부질없는 것들이었나. 벽에 머리를 살짝 기대고는 눈을 감았다 뜬다. 누가 안 보이는지 찾아보고 싶은 마음은, 누군가 보이지 않을 예상에 막혀 뜨겁게 삼켜진다. 속이 타더라도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길 바라본다. 그 누구도 내 진심을 몰라주었으면.
이제 도서관에 가도 널 볼 수 없겠네, 리아트리스 스피넬.
네가 마지막에 머물던 곳에 있던 꽃을, 너는 어떻게 생각했을지 궁금해. 그리고 그 손에 쥐어진 사탕을 누구에게 주려고 했는지도. 힘들 때마다 단것 앞에선 눈이 돌아가는데, 어찌 된 게 이렇게 힘이 든 데도 네가 쥐고 있었던 사탕에는 눈길이 가지 않더군. 모두가 너를 기다리는 것 같은데, 특히 너의 쌍둥이도. ... 너는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아주 멀리 갔을까.
주었던 모든 마음들이 서서히 날카로운 칼이 되어 돌아온다.